한니발이 문 앞에 와 있다

이동용 (수필가/철학자)



“한니발 아드 포르타스!” 로마의 정치인이자 철학자였던 키케로가 한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한니발이 문 앞에 와 있다’로 번역됩니다. 


그는 신인간의 의미인 ‘호모 노부스’로 불렸고, 또 조국의 아버지라는 의미의 ‘파테르 파트리아에’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키케로는 조국과 민족을 사랑했습니다. 


그의 생각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의 철학적 고민은 로마의 부흥으로 나아갔습니다. 로마를 사랑했던 그의 말은 인류를 위한 교훈과 선물이 되어 오늘날까지 이렇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득권이었습니다. 권력을 거머쥔 계층이 말을 안 들었습니다. 


백십팔 년이란 세월 동안, 세 차례나 포에니 전쟁을 치르면서도 한결같이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 데만 몰두한 귀족 세력이 문제였습니다. 


거의 백 년이 지난 뒤에 키케로가 경고했습니다. 한니발이 카르타고의 군대를 이끌고 알프스를 넘어 로마를 침공했던 과거의 역사를 되새기게 했습니다.


‘정신 차리라!’는 것입니다. 위기 때마다 침묵하며 자신의 위치를 고집했던 기득권을 향해 던진 경고의 말이었습니다. 


기득권의 행태는 한결같았습니다. 누군가가 용기를 내서 ‘바꿔보자!’고 앞장서면 ‘도대체 뭘 바꿔야 한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발목 잡기 일쑤였습니다. 이것은 남이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기득권의 전형적인 비겁한 행태입니다.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지도에서도 현 위치가 표시되어 있어야 그 지도가 유용해집니다. 삶에서 알아야 할 그 ‘현 위치’는 인식의 문제입니다. 자신을 알아야 자신의 삶도 유용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폴론도 인류를 향해 ‘너 자신을 알라!’라고 경고성의 명령을 남겨주었던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을 알아야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된다는 얘깁니다.


키케로는 “무기 뒤에는 법이 침묵하고 있다”는 명언도 남겼습니다. 서부 영화 중에 무법자란 것이 있었습니다. 법이 법답지 못한 시대에는 오히려 무법자가 영웅이 됩니다. 


영웅은 언제나 용기 있는 자의 몫입니다. ‘폭력 뒤에는 정의가 침묵하고 있다’는 말을 지혜의 말로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기득권은 한계를 알아야 합니다. 기고만장하면 안 됩니다.


약자를 배려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강자라고 함부로 나대면 안 됩니다. 


민주주의는 약자에 대한 배려와 함께 건강한 모습으로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병든 민주주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페리클레스에 의해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가 황금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귀족정치였던 로마 공화정을 거쳐서 고대 세계 자체는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데카당이라는 개념도 그때 생겨났습니다. 사회가 부패하면 멸망을 면치 못합니다.


퇴폐한 사회가 퇴폐한 줄 모르고 끝도 없이 자기 욕심만 챙기면 회복의 가능성은 상실되고 맙니다. 그런 사회는 몰락의 길을 피할 수 없습니다. 


법의식이 혼란을 겪고 있는 이 시대에 키케로의 음성이 간절하게 들려옵니다. ‘제발 좀 정신을 차리라!’고 기득권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는 철학자의 외침이 귓구멍에 박히기를 바랍니다. 아직은 가능성이 보입니다.


‘나 화났어! 조심해!’ 이런 식으로 쏘아붙이는 기득권의 눈매가 매섭습니다. 그런 혐오스러운 표정이 나라꼴을 우습게 만들고 엉망진창이 되게 합니다. 


고집피우면 국가는 수렁에 빠집니다. 고대 로마처럼 부패를 면치 못하고 데카당을 맛볼 것입니다. 인생의 쓴맛을 넘어 역사의 쓴맛까지 볼 것입니다. 몰락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안타까운 신세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양심을 택하며 정의를 향한 목소리를 높이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다 죽어가던 민주주의를 살려내는 것은 우리의 몫이고 우리의 책임입니다. 


민주주의는 그저 조금씩 성장을 거듭할 뿐입니다. 인내도 필요하지만, 그전에 용기부터 챙겨야 합니다.




작성 2025.07.14 09:54 수정 2025.07.1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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