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석의 ON 시(詩)그널] 김채은 시인의 '다행'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잃어버린 것들 사이에서 발견하는 찬란한 존재의 가치

당황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목걸이의 다정한 속삭임

결핍의 순간, 우리를 다시 미소 짓게 만드는 긍정의 마법

사진=AI생성

 

[편집자 주]
짤막한 감성 詩 한 편이 당신의 메마른 일상에 따뜻한 '시(詩)그널'을 펼칩니다. '전준석의 ON 시(詩)그널'은 차갑게만 보이던 세상 속에, 詩의 따뜻한 빛을 비춥니다.

 

한 줄 한 줄, 행간마다 담긴 마음의 떨림은 마치 스크린 속 한 장면처럼 오래 남아, 복잡한 사회 속에서 때론 소외되거나 잊히는 '우리 안의 인권'을 다시금 발견하게 합니다. 오늘 인권온에어와 만나는 '전준석의 ON 시(詩)그널'은 詩와 함께 인간 존엄의 가치를 되새기는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갑니다.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당혹감에 휩싸이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서둘러 집으로 향하던 퇴근길, 지갑이나 소지품이 보이지 않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당장 눈앞의 것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은 우리를 조급하게 만들고, 마음의 여유를 앗아가 버립니다. 하지만 그 결핍의 순간에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면 어떨까요? 여기, 잃어버린 것 대신 내 곁에 여전히 '남아있는 것'들의 가치를 다정하게 일깨워주는 시가 있습니다.

 

다행

 

외출했다가
지하철로 집에 가는 중
교통카드가 없다

 

손, 주머니, 가방
어디에도 없다

 

목걸이가 말한다
"나는
안 잃어버렸잖아."

 

_김채은

 

김채은 시인의 '다행'은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일상의 당혹스러운 찰나를 절묘하게 포착합니다. 외출 후 지하철을 타려는데 교통카드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손과 주머니, 가방을 샅샅이 뒤져보지만 야속하게도 카드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당황스러움과 짜증이 밀려오는 바로 그 순간, 가슴팍에서 찰랑이는 목걸이가 뜻밖의 위로를 건넵니다. "나는 안 잃어버렸잖아."

 

이 짧고 유쾌한 한마디는 조급했던 마음의 속도를 단숨에 늦춰줍니다. 우리는 종종 잃어버린 단 한 가지 때문에 내게 남아있는 아흔아홉 가지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갑니다. 눈앞의 상실에 매몰되어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세상을 향해 뾰족한 가시를 세우기도 하지요. 하지만 시 속의 목걸이는 우리에게 상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선물합니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지금 내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것들에 눈길을 줄 때 우리는 비로소 안도감과 여유를 되찾게 됩니다. 이것은 비단 물건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우리 사회의 인권과 존중의 가치 속에서도, 부족한 점을 탓하기보다 각자가 지닌 고유한 존재의 빛을 먼저 바라봐 주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오늘 하루, 무언가를 놓쳤거나 잃어버렸다고 낙담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내게 여전히 남아있는 다정한 것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잃어버린 교통카드 대신 반짝이는 목걸이를 쓰다듬으며 "그래, 다행이야"라고 웃어넘길 수 있는 따뜻한 긍정의 에너지가 여러분의 일상에 가득 채워지기를 응원합니다.

 

시인 소개

김채은 시인

김채은 시인은 사회복지학과 상담심리학 석사를 거쳐 요양보호사와 치매예방 전문강사로 활동하며, 타인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삶의 따뜻한 가치를 전하는 마음 치유자입니다. 2021년 문학신문사 시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후, 한국감성시협회 정회원이자 '아하시 1기'를 수료하며 일상의 소박한 순간들을 감성적인 언어로 빚어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뜻을 함께하는 시인들과 마음을 모아 출간한 공저 시집 ‘오늘도 아하!’를 통해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게 하는 다정한 위로를 전하고 있지요. 현재 인창노인요양센터 요양보호사 생활복지팀장으로 재직하며, 곁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는 메신저로 묵묵히 시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작성 2026.06.15 05:45 수정 2026.06.15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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