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콘텐츠 전쟁의 두 번째 승부수, 유쿠(优酷)는 왜 ‘IP’를 선택했을까?

중국 OTT 플랫폼 유쿠, AI 영화와 IP 생태계로 AIGC 콘텐츠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다

숏폼 콘텐츠 시대를 넘어, 유쿠가 AI 콘텐츠의 ‘질적 성장’에 베팅하는 이유

AI보다 중요한 것은 IP, 유쿠가 설계하는 차세대 콘텐츠 생태계의 비밀

2026년 중국 AI 생성 콘텐츠(AIGC) 시장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산업 구조 재편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앞서 아이치이(爱奇艺)가 AI 창작 생태계 구축과 제작 인프라 확장에 집중했다면, 유쿠(优酷)는 또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 AI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고, IP(Intellectual Property)의 장기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특히 유쿠는 AI 콘텐츠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숏폼 드라마나 단편 영상이 아니라 ‘네트워크 스토리 영화(网络故事片)’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 질서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이 단순한 생산 효율성 향상을 넘어 영화 산업의 가치사슬 자체를 재설계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유쿠가 AI 영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현재 중국 AI 콘텐츠 시장의 주류는 숏드라마와 단편 영상이다. 제작 기간이 짧고 비용이 낮으며 빠른 수익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유쿠는 오히려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유쿠가 정의하는 네트워크 스토리 영화(网络故事片)는 편당 60분 이상 분량의 장편 콘텐츠를 의미하며, 최대 상·중·하 3부작 형태까지 허용된다. 이는 단순히 영상 길이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지설명]=중국 OTT 플랫폼 유쿠(优酷)는 AIGC 기술을 활용한 고품질 영화 콘텐츠와 IP 프랜차이즈 육성 전략을 통해 AI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유쿠 홈페이지 캡쳐.

 

짧고 강력한 자극과 즉각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숏폼 콘텐츠와 달리 장편 서사와 캐릭터 구축, 세계관 확장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AI 콘텐츠 시장과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이다. 유쿠는 AI 기술을 활용해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숏클립 플랫폼들이 AI 콘텐츠의 양적 팽창으로 인한 저작권 문제와 품질 저하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전략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유쿠는 올해 6월부터 AI를 전 과정에 활용한 네트워크 스토리 영화를 대상으로 새로운 인센티브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축은 회원 관람 인센티브(会员观影激励)다. 이 정책은 ‘유효 관람 지수(有效观影指数)’라는 독자적인 평가 지표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유효 관람 지수는 회원들의 실제 시청 시간을 중심으로 산정되며, 플랫폼은 매일 데이터를 공개해 제작사들이 작품 성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유쿠는 콘텐츠 소비 성과에 따라 5단계 등급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최고 등급인 5등급에 도달할 경우 독점 작품은 최대 135만 위안, 비독점 작품은 최대 90만 위안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통계 기간을 공개 후 90일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인 화제성보다 실제 시청 지속성과 이용자 반응을 중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AI 기술로 제작 효율은 높아졌지만 콘텐츠 품질을 측정할 객관적 기준이 부족했던 기존 AIGC 시장에 새로운 평가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유쿠 정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IP 계열화 인센티브(IP系列化激励)다. 이 정책은 동일한 원천 IP를 활용한 후속 작품이나 시리즈 콘텐츠를 제작할 경우 추가 보상을 제공하는 제도다. 여기서 IP는 소설, 게임, 만화, 영화, 드라마, 오리지널 각본 등을 모두 포함한다. 특히 일정 수준 이상의 시청 성과를 기록한 작품이 동일 IP를 기반으로 계열화 조건을 충족하면 기존 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인센티브를 적용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본 평가에서 4등급을 받은 작품이 IP 계열화 인증을 획득하면 최고 등급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흥행작 생산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프랜차이즈 구축을 유도하는 장치다.

 

AI 콘텐츠 시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일회성 소비 구조를 벗어나 IP 세계관의 확장과 장기적 가치 창출을 장려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유쿠는 AI 시대에도 결국 가장 중요한 자산은 기술이 아니라 IP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세 번째 축은 심층 협력 인센티브(深度合作激励)다. 이는 동일 제작사가 일정 기간 동안 여러 편의 작품을 연속적으로 공개할 경우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작품부터는 10%, 세 번째 작품은 15%, 네 번째 작품은 20%, 다섯 편 이상부터는 최대 30%의 추가 보상이 적용된다. 이 제도의 핵심은 단순한 플랫폼 충성도 확보가 아니다. AI 콘텐츠 제작은 경험이 축적될수록 결과물의 품질이 향상되는 특성이 있다. 유쿠는 제작사의 지속적인 활동을 장려함으로써 AI 제작 역량을 체계적으로 성장시키고자 한다. 결국 플랫폼과 제작사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유쿠의 AIGC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번 정책을 ‘징웨이(精卫) 계획’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징웨이 계획은 AI 만쥐(AI漫剧) 분야를 중심으로 오리지널 IP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징웨이(精卫)는 중국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새 이름으로, 끊임없이 바다를 메우려 했던 불굴의 의지를 상징한다. 유쿠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 전통문화와 국가급 무형문화유산(非遗)을 소재로 한 창작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한 AI 제작 도구와 연산 자원, 유통 채널, 법률 자문까지 통합 제공하는 원스톱 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징웨이 계획이 새로운 IP를 발굴하는 ‘씨앗 심기’ 전략이라면, 이번 네트워크 스토리 영화 정책은 이미 검증된 IP를 성장시키는 ‘수확 전략’에 가깝다. 하나는 창작의 시작을 담당하고, 다른 하나는 상업적 가치의 극대화를 담당하는 구조다.

 

결국 유쿠는 오리지널 IP 발굴과 프랜차이즈 확장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유쿠 사례는 AI 시대 콘텐츠 산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첫째, AI 콘텐츠의 성공 기준은 생산량이 아니라 소비자 반응이라는 점이다. 유쿠는 유효 관람 지수라는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 품질을 평가하고 있다.

 

둘째, AI 시대에도 IP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다. 기술이 콘텐츠 제작을 민주화할수록 차별화의 원천은 결국 독창적인 세계관과 지식재산권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 플랫폼과 제작사의 동반 성장 구조가 중요해지고 있다. AI 기술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우수한 콘텐츠를 만드는 역량은 경험과 협력 관계에서 나온다.

 

현재 중국 AI 콘텐츠 시장은 양적 성장의 시대를 지나 질적 성장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아이치이가 창작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 유쿠는 IP 가치와 영화적 완성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결국 AI 시대 콘텐츠 산업의 승자는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창작 생태계와 IP 자산을 보유한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쿠의 전략은 그 사실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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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6.19 09:43 수정 2026.06.2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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